트레케이 웹재록 배포본 《시선 끝의》에 수록되었던 번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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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워!”

 밖으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케이터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이후 겨울 내내 쏟아지던 눈은 3월로 접어든 지금 이미 다 녹고 사라졌지만 기온은 여전히 쌀쌀했다. 여기저기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 초봄과 동시에 찾아온 꽃샘추위는 이번 짧은 휴가에도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케이터.”

 먼저 건물을 빠져나온 케이터 뒤로 트레이가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오늘 두 사람이 찾아온 곳은 현자의 섬이었다. NRC에 재학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주변 교통이 발달되어 전보다 방문하기 수월한 편이었지만 트레이가 이곳에 온 건 졸업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모습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는지 발걸음을 나아갈 때마다 번쩍거리는 간판과 외벽이 눈에 띄었다.

 “여기도 많이 변했네.”
 “그런가? 사실 학교 다닐 때도 번화가는 자주 안 왔으니까~ 트레이 군이 같이 나가자고 하면 무조건 장보는 거잖아. 그것도 대량으로!”
 “하하, 그땐 파티 준비로 바빴지.”

 이제는 그리운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익숙한 듯 낯선 거리를 걸어 나갔다. 지나가는 대화로 “현자의 섬에 가자.”라는 말이 나와서 도착하게 된 곳이지만 그들의 목적은 이미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현자의 섬에 가자. 언젠가 보았던 야경을 다시 보고 싶어. 굳이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뒷말은 두 사람이 나눈 약속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야경을 보기에 지금은 밝은 대낮이었다. 오는 길에 간단히 챙겨먹은 점심이 어느 정도 소화될 만큼의 시간은 지났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해가 떠있는 상태였다.

 이번 여행은 1박 2일의 일정이었다. 거울을 사용할 수 없는 졸업생인 지금, 현자의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교통수단은 배가 유일했고—빗자루를 타고 올 수도 있었지만 이 날씨에 그 기나긴 거리를 비행하고 싶진 않았다—야경을 볼 때까지 머물 생각이라면 당연하게도 섬을 나가는 배는 탈 수 없었다. 다행히 매년 NRC와 RSA에서 이뤄지는 학교 행사 덕분에 섬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사전에 오늘 지낼 숙소를 예약해두긴 했지만 체크인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딱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었다.

 트레이는 생각했다. 현자의 섬에서 시간 때우기라니. 학교 행사 시즌도 아닌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았다. 케이터에 비해 번화가를 더 자주 나온 편이긴 했지만 대부분 베이킹 재료를 위한 외출이었기 때문에 지금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근처에서 시간을 때운다고 해도 워낙 오락거리가 없는 마을이라 카페에서 몇 시간을 앉아있기도 조금 그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여유롭게 시간 맞춰서 올 걸 그랬나?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약속 시간을 정한 건 트레이 본인이었으니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케이터와의 여행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케이터와 재회한 겨울로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그동안 트레이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케이크를 구웠고, 케이터는 휘석의 나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그날 밤 이후로 처음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고백에 대한 대답도 제대로 듣지 못한 상태로.

 ‘솔직히 몇 번만 더 들으면 홀랑 넘어갈 것 같으니까.’

 애매모호한 케이터의 대답을 곱씹은지 세 달. 트레이는 슬슬 케이터의 진심을 듣고 싶었다. 분위기상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알면서도 직접 본인에게 듣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스스로도 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때? 슬슬 넘어와 줄 거야, 케이터?

 “——싶은데~ 잠깐 트레이 군 듣고 있어?”
 “……어?”
 “뭐야, 하나도 안 들었어?”

 잠깐 생각한다는 게 그만 케이터의 말을 전부 흘려들을 정도로 깊이 빠져있었나 보다. 정작 생각의 중심이었던 케이터는 당황한 트레이를 보며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었다. 이래선 본말전도일 뿐이다. 장난 섞인 그의 불평이 진짜로 변하기 전에 트레이는 멋쩍게 웃으며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뭐라고 했어?”
 “모처럼 왔으니까 바다라도 구경할까 싶어서. 학교 다닐 땐 로얄 소드 아카데미 근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식은 안 했지만 그 주변에는 거의 안 갔었잖아?”
 “하하,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거길 적대시 했으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좀 유치하긴 했지~”

 대도시처럼 건축물이 발달된 곳은 아니었지만 현자의 섬은 항구 도시 중 하나였다. 그들이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으나 RSA 근처에 있는 해변은 꽤 경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곤 했다. 언젠가 같은 기숙사 후배인 듀스가 가봤다고 말했던 게 어렴풋이 트레이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사람은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해변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까지 산 건 좋았지만 문제는 날씨였다. 섬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춥다고 난리를 부리던 건 생각도 못 하고 그저 바다를 볼 생각에 들떠있던 둘은 해변 바로 근처에서부터 거세지는 찬바람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 모래사장에는 한 발자국도 들이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좀처럼 발이 나아가질 않았다.

 “케이터, 역시 추우니까 그만둘——”
 “모처럼 왔으니까!”

 트레이의 말을 가로막은 건 케이터의 경쾌한 음성이었다. 마치 그가 그만두자고 말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케이터는 유독 힘 있는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모처럼 왔으니까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평소라면 여러 변명을 들어 이런 상황을 피했을 케이터가 어쩐 일인지 자신을 보채고 있었다. 평소라고는 해도 이미 몇 년 이상을 안 본 사이였지만 적어도 학창 시절의 케이터는 귀찮고 힘든 일은 굳이 안 하는 쪽에 속했다. 당연하게도 이 날씨에 바닷가를 거니는 행동은 힘겨운 고생 쪽이었다. 케이터가 그렇게 바다를 좋아했나?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트레이는 알 수 없었다. 케이터와 바다는 물론,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까?”

 결국엔 케이터의 바람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트레이였다. 하지만 대답을 듣자마자 신발을 벗기 시작하는 케이터의 행동에 그는 다시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금세 양말까지 벗어던져 맨발이 된 케이터는 그대로 모래 위로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바다가 보고 싶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이 신발 얼마 전에 샀단 말이야~ 양말에도 모래 들어가면 찝찝하잖아.”

 케이터 입장에서는 별로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트레이는 그가 오늘따라 답지 않다고 느껴졌다. 붙들고 추궁할 정도로 심한 위화감은 아니었기 때문에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이상했다. 습관적으로 생각에서 마친 트레이는 케이터를 따라 맨발로 해변 위로 올라섰다. 그런 트레이를 혼자 두고 케이터는 벌써 바닷물이 닿을 거리까지 가 있었다. 얼른 그의 뒤를 쫒고 싶었지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이 밑으로 푹푹 빠지는 탓에 트레이는 좀처럼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바닷물 완전 차가워! 트레이 군은 괜찮아?”

 몇 발자국이나 앞에 있는 케이터가 그렇게 외쳤지만 여태 발에 물 한 방울 묻혀보지 못한 트레이는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혼자 물가에서 찰박거리던 케이터와 겨우겨우 사이를 좁힌 그는 물에 닿자마자 장난기가 발동했다. 곧장 물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트레이는 케이터를 향해 그대로 물방울을 흩뿌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케이터는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물세례를 받았다. 물세례라곤 해도 전신이 흠뻑 젖을 정도는 아니고 옷 군데군데가 살짝 축축해질 정도였지만, 케이터가 발끈하기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트레이 군 미쳤어?!”
 “하핫, 그 표정은 제법 볼만 하네.”

 이 옷도 얼마 전에 새로 산 옷이란 말이야! 그렇게 덧붙이는 케이터였지만 트레이 입장에선 알 길 없는 정보였다. 참을 기미 없이 너털웃음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 케이터는 금세 표정을 굳혔다.

 “……그쪽이 먼저 시작한 거야.”
 “음?”

 도대체 졸업한지가 언제인데 어째서 아직까지도 매지컬 펜을 들고 다니는 걸까. 트레이가 그런 의문을 품을 때 즈음, 이미 그의 앞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파도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처음 두 사람을 맞이한 호텔 프론트 직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여름도 아니고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흠뻑 젖어서 들어온 고객은 그의 짧지 않은 서비스업 경력 중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인사와 함께 연신 안부를 묻는 직원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멋쩍게 웃으며 객실로 향했다.

 숙소는 RSA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커다란 통유리는 추운 날씨에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바로 학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트레이는 이런 본인의 객실 초이스가 천만다행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케이터가 있을 욕실 문을 바라보았다. 소소한 장난이었는데 돌아온 반응은 예상보다 컸다. 어딘가 어색한 구석은 있었지만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웃던 케이터는 그의 장난을 계기로 금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숙소를 가는 내내 두 사람 사이엔 정적만이 흘렀을 뿐이다. 평소라면 어느 정도 넘어갔을 텐데 역시 오늘의 케이터는 조금 달랐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 야경은 커녕 방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때 안았던 기대감은 이미 걱정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트레이의 불안은 케이터가 목욕을 마치고 그와 교대로 욕실을 들어갈 때까지 계속됐다. 그동안 장난을 칠 기회가 없었더니 장난의 정도를 잘못 잡았을지도. 새 옷인데 젖으면 화날 만도 하지. 케이터가 화난 이유에 대해 몇 가지를 들어봤지만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씻고 나가면 사과부터 해야겠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는 안고 있던 걱정을 바닷물에 흠뻑 젖은 전신과 함께 물로 흘려보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트레이 넌 최악이야.”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케이터에게서 날아든 말에 트레이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트레이의 얼굴 앞으로 케이터의 삿대질이 향해졌다.

 “지금 그 표정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빠르게 덧붙여진 뒷말은 케이터의 의도대로 트레이에게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미안, 케이터. 그렇게 화낼 줄은 몰랐어.”

 어느덧 웃음기가 사라진 트레이는 진지하게 사과를 건네며 그가 앉아있는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을 애써 모른척하며 케이터는 기어들어갈 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애초에 트레이 군, 여행은 왜 오자고 한 거야?”

 단순한 질문이었다. 단순한 질문이라고, 케이터가 묻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야 다시 한 번 그 때의 풍경을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왜? 단순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가볍게 나불대기엔 아까운 소중한 이유였다. 케이터를 좋아하니까. 케이터에 대한 마음을 자각했던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으니까. 당시에 전하지 못한 마음을 이제는 그에게 전했기 때문에, 트레이는 다시 한 번 케이터와 그 풍경을 보고 싶었다. 친구가 아니라 연인으로써.

 “케이터, 나는——”
 “됐으니까, 이번엔 그 때처럼 내 말 끊지 마.”

 그 때라는 건 고백하던 날 밤을 말하는 것일까. 무언가 결심이라도 했는지 제법 비장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트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트레이 군도 알잖아. 사실 내가 한 번 도망쳤던 걸.”

 아마도 졸업 이후 이야기인 것 같았다. 자신의 모든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모습을 감춘 케이터는 그의 말대로 도망쳤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트레이 군이 나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어. 여태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지만. 그래서 취한 김에 한 번 떠본 것도 인정할게.”

 케이터가 그날 밤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세 달 만에 처음이었다. 예상 못한 발언에 트레이는 당황스러웠지만 잠자코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번 여행도.”

 점차 케이터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트레이의 시야엔 꾹 쥔 탓에 하얗게 질린 그의 주먹이 보였다. 지금 저 손을 잡아주면 이번에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궁금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닿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트레이는 가만히 케이터를 바라보았다.

 “트레이 군도 느꼈지? 오늘따라 나 조금 이상했잖아. ……그야 잔뜩 긴장했으니까.”
 “긴장?”

 생각 못한 단어에 트레이는 그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되물어버렸다. 금세 입을 다물었지만 케이터는 이제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응, 지금도.”

 케이터의 얼굴이 살짝 상기된 이유가 샤워 탓이 아니라 긴장 때문으로 바뀌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충동을 참을 이유가 없다는 걸 트레이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케이터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올렸다. 케이터는 그런 트레이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

 “오늘 제대로 대답하고 싶었어. ……미안. 마음 정리하는 데에 석 달이나 걸렸네.”
 “상관없어. 나는 고백하는데 5년도 넘게 걸렸으니까.”
 “푸흡……. 듣고 보니 그렇네.”

 저도 모르게 터진 웃음에 케이터는 조금 긴장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트레이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 대답이 뭔데?”
 “축하해, 트레이 군 예상대로 홀랑 넘어가버렸네.”
 “……그것뿐이야?”

 맞잡은 손을 더욱 힘껏 잡으며 트레이는 재촉하듯이 물었다. 참을성 없는 그의 질문에 케이터는 마치 항복 선언이라도 하듯이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뻔히 알면서도 이럴 때만 모르는 척하는,

 “네가 좋다는 소리야. 트레이 클로버.”

 


 

 모든 여행에는 흔히 목적이 따른다. 휴식이라는 추상적인 것부터 관광 명소 방문이나 행사 참여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적인 인간이 아닌 이상 수많은 사람들은 그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한다.

 “……이게 전부 트레이 군 때문이야.”
 “응?”

 부지런히 체크아웃 준비를 하던 트레이는 케이터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그를 돌아봤다. 아직 피로가 남아있는지 케이터는 제법 어두운 얼굴로 트레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결국 야경도 못 봤잖아!”

 일말의 외침과 함께 케이터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차마 트레이를 칠 순 없는지 대신 꾹 쥔 주먹으로 연신 매트리스를 두드렸다. 바닷물에 흠뻑 젖고! 야경도 못 보고! 밤새도록 낯부끄러운 소리나 해대고! 결국 애초에 여행을 떠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미안, 미안.”
 “슬픔에 잠긴 사람을 두고 피식거리면서 사과하는 남자가 내 애인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되네. 고백 철회야. 저기요, 환불 좀 해주세요~”
 “한 번 먹은 제품은 환불 안 돼. 우리 베이커리엔 그런 진상 없던데?”
 “……최악의 농담이네.”
 “아, 두 번이던가?”

 덧붙여진 트레이의 말에 케이터는 결국 베개를 집어 던지고야 말았다. 정확하게 제 뒤통수에 적중한 베개에도 불구하고 트레이의 입가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2021.05

트레이 클로버 X 케이터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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