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 생일 축하드립니다!”
 “로즈하트 사감 축하드려요~!”

 파티장을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생일 폭죽과 축하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리들의 머리카락이며 어깨며 화려한 색깔의 컨페티와 종이 꽃가루가 잔뜩 내려앉았다. 차마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기숙사생들에 의해 생일상 한 가운데로 떠밀렸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사방에서 건네받은 선물들은 리들이 자리에 도착했을 즈음엔 그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할 정도로 높은 탑을 이루었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기분 탓인지 해마다 성대해지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리들은 조금 멋쩍은 기분도 들었다.

 “다들 축하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과하지 않아…?”

 시야를 가리는 상자들을 하나둘씩 옆으로 내려놓으며 그는 푸짐하게 차려진 생일상을 둘러보았다. 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딸기 타르트를 비롯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야 오늘이 마지막 파티잖아요! 그동안의 감사를 담아 다 같이 열심히 준비했어요!”
 “사감, 그동안 감사했습……크흡……!”

 뿌듯하게 대답하는 학생 옆으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학생도 보였다. 8월 24일. 오늘은 4학년 진급을 코앞에 둔 리들의 마지막 생일 파티였다. 졸업이 아니라 진급이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학기 활동을 교외 실습으로 보내는 4학년은 NRC에서는 졸업한 것과 다름없었다.

 갑작스레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 일부를 보며 리들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처음 사감이 됐을 때는 이렇게까지 기숙사생들과 신뢰 관계를 쌓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버블롯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그저 정해진 룰에 따라 타인을 대해왔기에, 아마 과거의 자신에게 보여줘도 지금 이 순간은 믿지 않을 광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들은 달랐다. 자신에게 향해지는 신뢰와 호의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익숙하게 홍차 잔을 들어 올리며 기숙사생을 돌아보았다.

 “다들 고마워. 덕분에 마지막까지 완벽한 파티를 즐길 수 있겠군.”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커다란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파티의 시작이었다.



 ‘아직도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군.’

 미지근해진 홍차를 삼키며 리들은 파티장을 둘러보았다. 처음 파티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에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가장 먼저 리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파티의 막을 열었을 그였기에, 리들은 그의 부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초반엔 화장실이라도 갔나 생각했지만 파티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나도 에이스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로즈하트 사감, 이 에그 타르트도 한번 먹어 보세요!”

 마침 접시를 들고 나타난 듀스는 한껏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늘 에이스와 함께 붙어 다니는 그라면 혹시 에이스의 행방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듀스가 건네는 접시를 받아들며 리들은 넌지시 말을 던졌다.

 “고마워, 듀스. 근데 혹시 에이스는 어딨지? 아까부터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에이스요? 사실 저도 좀 전까지 찾아봤는데 파티장에는 없는 것 같아요. 분명 파티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뭐, 에이스니까 어디서 농땡이라도 부리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래.”

 평소 파티라면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에이스는 파티를 좋아했다. 그런 에이스가 그렇게 귀찮아하던 파티 준비는 참가했으면서 정작 파티 자리에는 빠지다니. 더군다나 오늘은 리들이 참가할 수 있는 하츠라뷸의 마지막 파티였다. 다른 후배들과 비교해 에이스는 본인과 가장 친한 후배였다. 에이스의 생각은 몰라도 리들 만큼은 그렇게 생각했다.

 리들은 듀스가 가져온 에그 타르트 조각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럽게 혀 위에서 녹아내린 타르트는 머지않아 목구멍 뒤로 사라져갔다. 포크를 내린 그는 이젠 식어버린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혀 위에 남아있던 달콤한 향은 홍차로 인해 흔적도 없이 씻겨 내려갔다. 지금 느끼는 서운한 감정도 말끔히 씻겨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잔잔해진 수면 위로 떠오른 제 표정을 마주하기가 불편해 리들은 괜히 티스푼을 휘휘 저었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후배 편애는 좋지 않은 법이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한 결론을 내리며, 리들은 에이스에게 신경 끄고 남은 파티를 맘껏 즐기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마치는 편지를 접으며 리들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오늘 받은 모든 선물과 편지 확인을 끝마쳤다. 제법 오랫동안 앉아있었던 덕에 뻐근해진 몸을 풀며 그는 침대로 향했다. 벌써 12시를 코앞에 둔 지금은 평소의 리들이라면 이미 잠들어있을 시간이었다. 생일이 끝나기 전에 선물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지만 내심 다른 기대도 존재했다. 비록 파티에는 모습을 비추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선물이나 편지 한 통이라도 남기진 않았을까.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에이스는 리들의 ‘오늘 하루’ 속에 없었다. 이쯤 되면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에이스가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대화를 나눴고 특별한 점은 무엇 하나 없었다. 오늘 리들의 생일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리들은 지금 자신의 감정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친한 후배라곤 해도 에이스는 수많은 기숙사생 중 한 명일뿐이었고 그를 하루 못 본다고 해서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하루 동안 받은 수많은 축하의 말과 생일 선물 중에 고작 에이스 한 명 빠진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었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파티 때부터 줄곧 느껴진 이 답답한 감정은 여전히 리들의 가슴 한편에 응어리처럼 남아있었다.

 어쩌면 체한 걸지도 모른다. 푸짐하게 차려진 생일상을 앞에 두고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단정 지으며 리들은 몸을 일으켰다. 주방에 소화제가 있었던가. 답답한 속을 한시라도 빨리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방을 나섰다.

 “……에이스?”
 “아.”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익숙한 뒤통수였다. 문 옆 벽에 등을 기댄 채 무릎을 끌어안은 에이스는 어째서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리들의 부름에 에이스 역시 당황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잠시 말을 고르던 에이스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한 순간에 높아진 그를 따라 리들의 시선 역시 올라갔다.

 “선물들을 열어보고 있었거든. 올해는 제법 많이 받아서 말이지.”
 “흐응, 그거 참 잘 됐네요.”

 리들의 대답에 에이스는 관심 없다는 듯이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마도 이미 열린 문틈 사이로 책상 가득 쌓인 선물을 본 것 같았다. 종일 행방불명이었던 것치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불성실한 그의 태도에 리들은 어쩐지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본인은 자신을 깍듯하게 대하는 후배들보다는, 조금은 불량하지만 거리감 없이 대하는 에이스가 좀 더 편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파티 때는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줄 그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게 느꼈나 보다. 혼자 그런 결론을 내릴 즈음 에이스는 그의 앞으로 작은 상자 하나를 들어보였다.

 “그럼 이건 필요 없겠네요.”
 “그게 뭔데?”
 “사감한테 주는 내 선물.”
 “받을 거야.”

 에이스의 대답에 리들은 고민 없이 즉답했다.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리들의 모습에 에이스는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럴 거면 괜히 그랬네.”
 “뭐라고? 너무 작아서 못 들었어.”
 “저렇게 잔뜩 받았으면서 이것까지 탐내다니, 리들 사감은 보기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슬슬 내 유니크 마법이 그리워졌나 보군.”

 품에서 매지컬 펜을 꺼낼 듯이–물론 없었다.–농담을 던지자, 제 예상과는 다르게 에이스는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응. 그런가 봐요.”
 “……에이스?”

 잠시 동안 낯선 분위기를 풍기던 표정은 리들의 부름에 금세 풀어졌다. 에이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으며 리들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아~ 피곤하다! 사감도 슬슬 잘 때 되지 않았어요? 일찍 자면 혹시 몰라요, 아직 성장판 안 닫혔을지도?”
 “뭐, 뭐라고……!”
 “자, 여기 귀여운 후배가 주는 선물도 잊지 말고 챙기고! 감사 인사는 필요 없으니까 얼른 자러 가요.”

 그대로 리들을 방 안으로 밀어 넣은 에이스는 문 밖에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고작 한 발자국의 거리지만 리들은 에이스가 한 순간에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이러는 걸까. 애초에 언제부터 방 앞에서 웅크려 앉아 있던 것일까? 손 안에 건네진 선물 상자는 오랫동안 쥐고 있었던 건지 제법 온기가 남아있었다. 이렇게 세게 잡고 있을 거면 왜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은 걸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리들의 질문 중 에이스가 제대로 대답해줄 것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들은 굳이 입 밖으로 제 의문들을 내지 않았다.

 “아, 제일 중요한 말을 잊었네요. 지각이지만 한번만 봐줘요~”

 문득 거리를 좁혀 다가온 에이스는 그대로 리들의 뺨을 한 손으로 감쌌다.

 “잠깐, 에이스…….”
 “생일 축하드려요, 리들 사감.”

 얼굴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리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후, 하는 짧은 바람만이 제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긴장감에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을 조심스레 뜨자 깜빡이는 시선 너머로 웃음을 꾹 참은 에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푸흡……, 사감 설마 기대했어요?”
 “…….”

 분명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리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기대했냐고? 뭐를? ……네가 나한테 키스해주기를? 어렵지 않은 질문임에도 리들은 곧장 입 밖으로 부정의 말이 튀어나가지 않았다. 간단히 부정하기엔 긴장감으로 가슴이 쉴 틈 없이 뛰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사고 회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도대체 에이스는 왜……. 리들은 혼란스러웠다. 자기 혼자 거리를 뒀다가 상대방이 준비할 틈도 없이 바짝 거리를 좁혀 다가온다. 보통 친한 선후배 사이에 이런 장난까지 하는 건가? 생각해봤자 소용없었다. 리들은 보통 친한 선후배 관계를 잘 알지 못했다.

 “……뭐야. 설마 진짜?”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리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에이스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발끈하는 그의 대답에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뭐, 나야 대환영이지만.”
 “그게 무슨…….”
 “바보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사감한테는 아직 어려우려나?”

 장난스럽게 웃던 에이스는 리들의 손을 붙잡고 그가 쥐고 있던 선물 상자에 짧게 입맞춤을 남겼다.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들의 모습에 그는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일주일 안에 정답 맞추면 그 때는 기대해도 돼요.”

 리들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에이스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쿵, 하고 닫히는 문을 앞으로 그는 그저 손안의 상자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기대하라니……. 천진난만하게 웃는 에이스의 잔상 위로 그동안 그가 흘렸던 조각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이유에 리들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애써 모른 척했다.


2021.08.24

에이스 트라폴라 X 리들 로즈하트

 

자정 지났지만 꿋꿋하게 24일이라고 적어봄...

리도루 료쵸 오타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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