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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 생일 축하드립니다!” “로즈하트 사감 축하드려요~!” 파티장을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생일 폭죽과 축하의 말들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리들의 머리카락이며 어깨며 화려한 색깔의 컨페티와 종이 꽃가루가 잔뜩 내려앉았다. 차마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기숙사생들에 의해 생일상 한 가운데로 떠밀렸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사방에서 건네받은 선물들은 리들이 자리에 도착했을 즈음엔 그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할 정도로 높은 탑을 이루었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기분 탓인지 해마다 성대해지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리들은 조금 멋쩍은 기분도 들었다. “다들 축하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과하지 않아…?” 시야를 가리는 상자들을 하나둘씩 옆으로 내려놓으며 그는 푸짐하게 차려진 생일상을 둘러보았다. 리들이 가..
트레케이 웹재록 배포본 《시선 끝의》에 수록되었던 번외입니다. 상편 · https://420611zip.tistory.com/234 중편 · https://420611zip.tistory.com/235 하편 · https://420611zip.tistory.com/236 “……추워!” 밖으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케이터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크리스마스 시즌 이후 겨울 내내 쏟아지던 눈은 3월로 접어든 지금 이미 다 녹고 사라졌지만 기온은 여전히 쌀쌀했다. 여기저기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 초봄과 동시에 찾아온 꽃샘추위는 이번 짧은 휴가에도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케이터.” 먼저 건물을 빠져나온 케이터 뒤로 트레이가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오늘 두 사람이 찾아온 곳은 현자의 섬이었다. NRC에 ..
올해만 벌써 몇 번째를 맞이하는 ‘아무것도 아닌 날의 파티’인지. 나는 물론 하츠라뷸의 기숙사생들은 분주하게 파티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장미나무를 보며 나는 정원을 스윽 돌아봤다. 학기 초에는 아직 준비가 서툰 후배들 몫까지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제는 다들 익숙해졌는지 전보다 훨씬 나아진 형편이었다. 뭐, 이쯤 되면 당연하려나? 덕분에 담당 구역의 장미 색칠을 모두 마친 나는 자연스레 공용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레이 군 수고~” “아, 케이터 왔어?” 보통 파티 전날까지 대부분의 디저트 작업을 끝내놓지만 언젠가부터 트레이 군은 파티 당일에 새로운 디저트를 추가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달지 않은 걸로. 정확한 시점을 따진다면 나에게 돌직구로 그 말을 날린 날 이후부터..
왜? 분명 자신 있었는데. 에이스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제 앞의 리들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닐까, 그게 아니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제 고백에 당황한 리들이 말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으며 에이스는 겨우 리들에게 반문했다. “제대로 못 들었는데, 뭐라고요?” “미안.” 하지만 리들의 입에서 나온 건 명백한 거절이었다. 다시 한 번 떨어진 사과에 에이스는 머리라도 맞은 것처럼 얼빠진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야 당신은……. 차마 뒷말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제 확신이 어긋났다는 걸 방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전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거절 따윈 생각해본 적 없는 고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들에게..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는 센리에게 이미 익숙한 소음이었다.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스케치를 하는 유우마의 곁에는 항상 센리가 있었다. 평소처럼 열심히 노트를 채워가는 유우마의 옆에서, 센리는 책상에 반쯤 얼굴을 묻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1학년 때부터 세트 취급을 받던 두 사람은 3학년의 끝자락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함께였다. “유마삐 요괴바스 그리는 거 오랜만이네~” “완결 소식 듣고 1권부터 다시 읽느라 바빴으니까.” “마지막 권은 3월 발매였던가?” 유우마는 센리 쪽을 보지도 않고 응, 이라며 짧은 대답을 뱉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의 그는 언제나 그랬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조금 흘려듣고는 했다. 가만히 유우마의 옆모습을 보던 센리는 밑으로 시선을 옮겼다. ..
#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_마음_없는_동인지_단문_쓰기 "그러니까 자꾸 말 시키지 말라고!" "야, 얼른 다음 질문 하자!" "음~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 누구야?" 담화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리들은 발길을 멈췄다. 안으로 들어서니 에이스와 듀스를 비롯한 1학년들이 한데 모여 떠들고 있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리들과 제일 먼저 눈이 마주친 건 에이스였다. "……리들 사감." "제법 소란스럽군." "앗, 사감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리들의 등장에 지금까지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은 한층 작아진 볼륨으로 인사를 건넸다. 딱히 추궁하려고 온 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리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혼날까봐 걱정이 됐는지 한 사람이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
#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_마음_없는_동인지_단문_쓰기 케이터는 홀 직원 중에서도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적재적소의 서비스 예절은 물론 눈에 띄는 비주얼과 청산유수 같은 말재주까지. 오픈한지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은 다이닝 레스토랑이었지만, 입소문과 더불어 미남 직원이라고 SNS에 돌아다니는 케이터의 사진 덕분에 매일 같이 예약 손님이 가득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디저트 협력을 위해 레스토랑을 찾는 트레이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활발하고 기운 넘치는 인기남, 케이터 다이아몬드. 하지만 흘러가는 소리로 들었을 뿐 주방 직원도 아닌 그와는 그다지 접점이 없었다. 영업 시간 내내 홀 직원은 바빴고, 협력 업체에서 나온 트레이 또한 가드망제 파트의 직원들에게 조언을 해주느라 정신 없었기..
전편 >> https://420611zip.tistory.com/235 숙취와 함께 몰려오는 지난 밤의 기억에 케이터는 제대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베개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허리에서 비롯된 통증이 전신을 타고 돌았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전부 건너뛰고 몸부터 맞대면 어쩔 셈인가. 답지않은 행동에 한숨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취한 척 한 번만 안아줘.’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꺼풀 뒤쪽에 강렬하게 떠오르는 잔상에 민망함이 북받쳤다. 케이터는 주먹 쥔 손으로 애꿎은 침대를 퍽퍽 때려봤지만 소용 없었다. 먼저 덫을 놓은 건 자신이었고, 거기에 갇혀버린 것 역시 케이터 자신이었다. 그는 베개에 파 묻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텅 빈 옆자리에는 오늘 아침 트레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