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Posts
TEXT/마법사의 약속
“한계네요.” “잠깐, 알았으니까…….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파요…!” 평소보다 한층 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미스라는 현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 마침 담화실로 들어오던 루틸은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미스라와 현자의 모습을 돌아봤다. “아, 루틸! 좋은 아침!” 소파에 앉아있던 클로에가 루틸을 발견하곤 그를 불렀다. 루틸 역시 인사를 건네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클로에, 좋은 아침. 근데 무슨 일 있어?” “미스라가 잠이 안 온다면서 갑자기 현자님을 데려가 버렸어…. 자수 새기는 거 보고 싶다고 현자님이 그랬는데….” 조금 아쉬워 보이는 그의 표정을 읽은 루틸은 클로에의 옆에 앉으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내가 현자님 몫까지 구경해도 될까?” “정말…?” “응, 클로에의 자수 솜..
문득 옆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에 미스라는 눈을 떴다. 내내 감고 있던 탓에 갑작스레 직시한 햇빛은 당연하게도 눈부셨다. 분명 처음에 누웠을 땐 그늘 밑이었는데. 자연스레 찌푸려지는 그의 인상에 바로 옆에서 풋,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스라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잠을 깨웠나요?” 루틸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미스라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질문에 미스라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자고 있었는데요.” “마침 잘 됐네요! 네로 씨가 만든 머핀을 가지고 왔어요.” 어쩐지 루틸에게서 달콤한 향기가 난다 싶더니. 몸을 일으켜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옆에는 작은 바구니가 숨어있었다. 미스라가 그쪽으로 팔을 뻗자 루틸은 그런 행동이 익숙하듯이 미스라 쪽으로 바구니를 내밀..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만.” “네?” 갑작스러운 미스라의 발언에 루틸은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제 막 생일 파티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선물을 정리하던 참이었다. 한껏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 위에 미술 도구들을 늘어놓던 도중 루틸에게 찾아온 손님은 미스라였다. 그는 루틸이 가르쳐준 그대로 착실하게 똑똑, 노크를 하고 대답이 떨어진 후에야 방에 들어섰다. 제법 뿌듯한 성과였다. 그렇지만 조금 전 그의 말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루틸의 물음에 미스라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물이요. 당신 오늘 생일이잖아요.” 오늘이 루틸의 생일이란 건 아마 마법관의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며칠 전부터 본인보다 신난 미틸이 리케와 함께 마법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7월 1일은 형님의 생일이..
* 폴몬트 학원 AU 1. 5교시는 이동 수업이었다. 교과서와 노트, 필통을 챙긴 파우스트는 홀로 교실을 나섰다. 점심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시간이라 그런지 교실이며 복도는 어디든 떠들썩했다. 얼른 조용한 곳으로 피하고 싶다. 머릿속에 가득한 그 생각에 파우스트는 걸음을 재촉했다. “피가로 선생님! 다음 주에 생일이라고 들었어요!” 익숙한 이름에 파우스트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학생 몇 명에게 둘러싸여있는 피가로가 보였다. 그의 이름을 듣고 그대로 멈춰선 제 자신이 민망해 그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피가로는 아직 파우스트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역시 요즘 애들은 정보가 빠르네~” “받고 싶은 선물 없나요!” “음, 역시 제자의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려나?” 그..
두 손으로 턱을 괸 미틸은 가만히 루틸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제 형은 제법 즐거워보였다. 테이블 가득 말린 허브와 약재들을 늘어놓은 루틸은 정성스럽게 잎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미틸은 작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또 미스라 씨한테 갖다 줄 향주머니인가요?” “응. 저번에 선물했던 건 향이 다 날아가서 새로 만들고 있어.” 미틸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형이지만 그가 북쪽의 불면증 마법사에게 이토록 정성을 다하는 게 이상했다. 미스라가 모친인 치렛타와 친한 사이였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때때로 자신과 루틸에게 부적 같은 걸 쥐어주며 나름대로 신경써주는 것도 안다. 본인 역시 솔직하게 전하지는 않지만 그런 미스라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루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 폴몬트 학원 AU “미스라 씨, 여기 있었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미스라는 감았던 눈을 떴다. 옥상 바닥을 침대 삼아 누워있던 제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예술고 회장인 루틸이었다. 벌써 점심시간인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스라는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루틸 역시 손에 들려있던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그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따로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두 사람은 같이 밥을 먹었다. 루틸이 먼저 미스라의 교실에 찾아온 걸 시작으로 그 이후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당연하듯이 두 사람은 점심시간마다 함께 하게 되었다. 미스라의 교내 행동반경은 교실과 매점, 그리고 옥상이 끝이었기 때문에 연락을 취하지 않아도 루틸이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은 저도 매점 빵이에요! ..
루틸은 곤란했다. 그는 지금 제 허리를 꼭 끌어안고 누워있는 미스라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을 비틀어 손발을 버둥거려보아도, 상대는 쉽게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어쩐담. 이런 상황이 된 건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잠들지 못하는 미스라를 위해 루틸은 숙면에 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내려 그의 방을 찾았다. 단순한 불면증이 아닌 ‘기묘한 상처’이기에 평범한 허브티로 잠드는 건 어렵겠지만, 그를 핑계로 종종 미스라와 한밤중 티타임을 가지는 건 루틸의 사소한 즐거움이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미스라가 안다면 지금 누구 놀리는 거냐고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루틸은 꾸준히 허브티를 내렸다. 그런 주제에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버리는 일도 몇 번인..